영아기의 발달은 생애 초기의 전인적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며,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아동기와 성인기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영아 보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제공하느냐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발달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가진다. 최근 보육 현장에서는 ‘영아 중심 발현 적 보육 과정’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영아의 일상과 놀이를 핵심적 매개로 하여 순간의 흥미와 요구를 존중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발현 적 보육 과정은 영아를 수동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존재가 아닌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즉, 교육과정은 교사가 사전에 고정적으로 짜놓은 계획에 따라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영아의 탐색과 표현, 또래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되는 것을 존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유아 교육철학의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특히 영아의 발달 특성과 일상적 경험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변형된 실천 방식이다. 보육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일상생활이다. 영아는 하루 대부분을 먹고, 자고, 기저귀를 갈고, 씻고, 옷을 갈아입는 등의 반복적 루틴 속에서 살아간다. 발현 적 보육 과정에서 이러한 일상은 단순한 관리 행위가 아니라 교육적 순간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식사 시간은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자기조절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감각 탐색을 포함한 복합적 학습의 장이 된다. 영아가 숟가락을 잡으려는 작은 시도를 존중하면, 이는 자기효능감을 심어주고 운동 발달을 돕는다. 또 다양한 음식의 색깔, 냄새, 질감을 탐색하게 하는 과정은 감각 통합 발달을 촉진한다. 기저귀를 갈 때도 교사의 따뜻한 언어와 시선 교환은 애착 형성과 정서 안정에 기여하며, 세수나 손 씻기 과정은 위생 습관 형성과 자기 관리 능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발현 적 보육 과정에서 일상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놀이 또한 핵심적인 교육적 통로다. 영아는 놀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와 관계 맺고, 탐구하며, 상호작용한다. 그러나 영아의 놀이는 성인 눈에 보기에 정형화된 활동이 아니라, 우연히 물건을 만지고, 흔들고, 던지고, 입에 가져가 보는 과정 그 자체이다. 발현 적 보육 과정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을 단순한 장난이 아닌 학습의 출발점으로 존중한다. 예를 들어 창밖의 빗소리에 집중하는 영아의 반응을 본 교사가 함께 귀를 기울이며 빗소리를 따라 하거나,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손으로 짚게 하고, 작은 통에 빗물을 받아 탐색하게 한다면 이는 즉흥적 확장이자 발현 적 보육의 좋은 사례가 된다. 또한 놀이를 통해 또래와 관계를 맺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함께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활동을 주도하기보다는 영아의 선택과 시도를 존중하며, 필요할 때 환경과 자료를 제공하여 놀이를 풍부하게 확장하는 것이다. 발현 적 보육 과정을 운영하는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무엇보다 민감한 관찰자이다. 영아의 표정, 시선, 손짓, 소리내기, 반복 행동 등 사소해 보이는 신호를 세심하게 포착하고, 이를 발달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해석자이자 촉진자로서 영아의 흥미를 확장할 수 있는 제안을 제공한다. 예컨대 블록을 쌓다가 무너뜨리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영아가 있다면, 교사는 다양한 크기와 재질의 블록을 추가로 제공하여 탐색을 넓히게 할 수 있다. 동시에 교사는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는 보호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영아가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으려면 위험으로부터 보호되는 물리적 환경과 정서적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사와 영아 사이의 신뢰 관계가 형성될 때 영아는 더욱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보육 과정은 교육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개별화가 가능하다. 발현 적 보육 과정은 영아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존중한다. 사전에 정해진 활동이 아니라 순간의 발현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각 영아의 특성에 맞춘 대응이 가능하다. 둘째, 자율성과 자기효능감을 길러준다. 영아 스스로 탐색을 주도하고 선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셋째, 통합적 발달이 가능하다. 일상과 놀이 속에서 신체, 정서, 사회성, 인지, 언어 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이는 영아 발달의 특성과 잘 맞는다. 넷째, 문화적·지역적 연계가 가능하다. 교사가 지역의 특산물이나 생활 환경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 영아는 자신의 생활과 학습이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인 토마토를 활용해 탐색하고 맛보며 놀이하는 과정은 감각 발달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발현 적 보육 과정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교사에게 높은 전문성과 민감성이 요구된다. 영아의 순간적 흥미를 발달적 기회로 전환하려면 풍부한 지식, 관찰력, 즉흥적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관 차원에서 시간적 여유와 인적 지원이 부족할 경우 교사가 모든 영아를 세심히 관찰하고 지원하기 어렵다. 더불어 부모의 이해와 협력도 필요하다. 부모가 ‘체계적 수업’만을 기대한다면 발현 적 보육 과정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사는 부모와 지속해서 소통하여 발현 적 접근의 철학과 장점을 공유해야 하며, 부모 교육을 통해 가정과 보육 기관이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일상과 놀이에 기반한 영아 중심 발현 적 보육 과정은 영아의 발달을 존중하고 삶의 순간을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는 교육적 접근이다. 영아는 일상에서 세계를 탐색하고 놀이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며, 교사는 이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확장하는 동반자이다. 발현 적 보육 과정은 단순한 활동 운영을 넘어, 영아가 살아가는 매 순간을 교육적 맥락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며, 이는 영아가 자기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앞으로는 교사 양성 과정에서 발현 적 보육 과정을 심화 학습하고, 현장에서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발현 적 보육의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할 때, 영아는 더 풍부한 배움과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영유아발달/놀이와 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