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0세는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가 마련되는 시기로, 생후 첫해 동안 아기는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인지적, 사회 정서적, 언어적 발달을 폭발적으로 경험한다. 출생 직후의 아기는 부모와의 접촉과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불과 1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앉고, 기어다니고, 서고, 걷기까지 하며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이 시기의 발달 경험은 이후 전 생애에 걸쳐 학습 과정서, 사회적 관계의 기초가 되므로,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신체 발달을 살펴보면, 출생 시 아기의 평균 체중은 3~3.5킬로그램 정도이고 키는 약 50센티미터 전후이다. 그러나 만 1세가 될 무렵에는 체중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나 9~10킬로그램에 이르고, 키도 약 75센티미터 전후로 성장한다. 이는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이며, 특히 머리둘레의 급격한 증가는 뇌 발달이 매우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경세포의 수는 태어날 때 거의 다 형성되어 있지만, 이 시기에 시냅스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학습과 발달의 토대가 다져진다. 운동 발달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생후 첫 몇 개월 동안은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만 3~4개월 무렵에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6개월쯤 되면 혼자 앉기를 시도하고, 8~9개월에는 기어다니며 공간을 탐색한다. 10개월이 지나면서 잡고 서거나 가구를 붙잡고 옆으로 이동하며, 돌 무렵에는 스스로 몇 걸음을 떼는 아기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이동 능력의 획득을 넘어, 세상을 더 넓게 탐색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소근육 발달은 물체를 잡고 다루는 능력으로 확인된다. 처음에는 손을 꽉 쥔 채로 있지만, 3개월 무렵부터 손을 펴고 물건을 잡으며 탐색한다. 6개월이 되면 양손으로 물체를 잡아 옮기고, 9개월 전후에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작은 물체를 집는 ‘핀셋 잡기’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교한 손동작은 장난감이나 주변 물건을 탐색하는 데 사용되며, 인지 발달과 언어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인지 발달을 보면, 피아제가 제시한 감각운동기에 해당하는 만 0세 영아는 감각과 운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원인과 결과를 학습하며 점차 능동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딸랑이를 흔들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인과관계를 이해한다. 생후 6~8개월 무렵에는 사라진 사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대상 영속성 개념을 획득한다. 이는 장난감을 숨기면 그것을 찾으려는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상 영속성은 기억 능력의 발달만 아니라 이후 상징적 사고와 언어 발달의 기초가 된다. 또한 영아는 단순한 모방에서 시작해 점차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확장한다. 사회정서 발달 측면에서는 애착 형성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에릭슨은 만 0세 시기의 발달 과제를 ‘기본적 신뢰 대 불신’이라고 설명했다. 영아는 양육자로부터 따뜻하고 민감한 반응을 경험할 때 세상은 안전하다는 신뢰를 형성하고, 이는 이후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안정의 기초가 된다. 생후 2개월 무렵부터는 사회적 미소를 보이며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가 시작된다. 4~6개월 무렵에는 낯가림이 나타나며, 8개월 이후에는 분리불안이 두드러진다. 이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돌 무렵에는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간단한 지시에 반응하며, 눈맞춤과 손짓을 통해 상호작용을 확장한다. 언어 발달 또한 눈에 띄게 진행된다. 영아는 출생 직후부터 소리에 반응하며 특히 엄마의 목소리에 민감하다. 4~6개월 무렵 옹알이가 시작되어 다양한 모음을 내고, 7~9개월에는 자음이 섞인 옹알이가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발성이 아니라 주변의 언어적 환경을 반영한 소리다. 10~12개월 무렵에는 ‘맘마’, ‘안녕’ 등 의미 있는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한다. 또한 손짓, 몸짓, 눈맞춤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이러한 경험은 언어 발달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시기의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양육자는 영아의 울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자주 안아주며 신체적 접촉과 정서적 교류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여 아기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다양한 감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언어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주 말을 걸고, 그림책을 읽어주며,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서적으로는 아이의 요구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기본적 신뢰감을 키우는 핵심이다. 한편 발달 지표를 살펴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6개월이 되어도 머리를 가누지 못하거나, 9개월이 되어도 혼자 앉지 못하며, 12개월이 되어도 옹알이나 눈맞춤이 거의 없을 경우 발달 지연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과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만 0세는 신체적 성장, 운동 발달, 인지적 탐색, 사회 정서적 유대, 언어 발달이 모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적 시기이다. 발달 속도에는 개인차가 크므로 획일적인 비교보다는 아이의 개별적인 발달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부모와 교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안정적이며 풍부한 환경을 제공할 때, 영아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이후 성장과 발달의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영유아발달/발달특성